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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그룹명 김윤현, 오헬렌, 최솔
참여 예술가 김윤현, 오헬렌, 최솔
작품명 무제
작품 길이 3’ 00”/ 3‘ 00“/ 4’ 00”/ 5‘ 00“
진행 장소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대연습실
작품 형태 공연
Credit 사운드_오헬렌, 오&최&김
사운드 퍼포먼스_최솔
움직임_김윤현

작품 내용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 우리는, 각자의 속도와 리듬으로 수봉공원을 올랐다.
제목을 정하지 않은 채로, 발표의 형태와 그 형식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오헬렌 _ 사운드
처음부터 정상을 가려는 마음이 없었다. 이곳이 처음인, 낯선 이방인의 역할이 내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 같았다.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산을 오르내리고, 앞뒤로 힘차게 팔을 뻗으며 큰 원을 그리며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사람들, 녹슨 운동기구에서 나는 규칙적인 소리에서 느낀 생명력을 표현했다.

최솔 _ 사운드퍼포먼스
공원에서 매미소리를 녹음하고 있었다. 비가 조금씩 오다가 한참을 퍼붓고 그쳤다. 녹음한 소리를 다시 들어보는데 매미소리인지 빗소리인지 차가 지나가는 소리인지 모를 소리들이 담겨있었다.
공원이라는 장소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여러 소리들이 머물러 있다가 지나간다. 공간을 채웠다가 사라진다.
내가 공원에 가는 목적은 쉼이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나 또한 여러 존재들과 알 수 없는 소리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간다.

김윤현 _움직임
우리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간다.

작품 배경 및 목적 특이사항 소개

세 가지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했다.

| 오헬렌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부터 멋있어보였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은 아는 만큼만 보여주는 거. 그래서 욕심이 조금 줄었다. 딱 세 번 수봉공원에 올랐다. 제물포역 쪽에서 솔과 함께 걷다가 모기에게 사냥당하고 수풀 사이에서 흐릿하게 들렸던, 굿 소리를 기억한다. 북이 짧고 강렬한 박으로 끊어질 듯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를 구슬프나 여리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춤추듯 움직였다. 흥얼거림에 가까웠다. 두 번째는 도화역에서 내려서 가압장을 거쳐 인공폭포 위 수없이 이어진 계단을 걸었다. 상모를 돌리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멀어서 들을 수 없는 소리였지만, 왠지 그 기다랗고 흰 천 자락이 바람을 따라 내 뺨을 찰싹찰싹 아프지 않게 때리는 듯 했다. 세 번째는 정상까지 올랐다. 녹슨 운동기구를 고치는 손들이 분주했다. 이곳을 오갔을 많은 사람들과 비바람에 녹슬고 낡아서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DoDoom’ 은 일부러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다. 읽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불러지는 게 좋았다. 나는 돋움이라고 읽는다. 까치발을 세우고 저 너머 뭔가를 보려는 의지가 담긴 몸짓이다. 아직 수봉공원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급하지 않게 내가 받은 첫인상을 풀어보려고 했다.

| 최솔
내가 공원에 가는 목적은 휴식이다. 공원에 앉아서 주변을 관찰하고 살피다보면 마치 내가 공원이 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와서 공간을 채웠다 사라지고, 동시에 소리 또한 머물다 사라지는 공간. 공원.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주한 소리들을 채집했고, 다시 들었을 때는 그 모든 소리들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서로 비슷한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웠다.
공원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실제로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미소리, 차 소리, 빗소리,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 등 악기 연주와 함께 섞고 배열해보았다. 출처를 모를 여러 소리들이 뒤 엉키자 이름 없이 공원을 찾아와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 김윤현
처음 수봉공원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휴식이었다. 공원에 온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을 찾아 평온한 얼굴로 자기만의 쉼을 누리고 있었다. 나 또한 가슴이 답답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공원에 간다. 걷고 또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기도 한다.
움직임에서 가방은 이러한 과정을 상징하는 오브제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삶의 무게이기도 하다. 한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불안하고, 우울했던, 나 같았던, 우리 같았던 사람과 무대 위에서 마주해 보았다.